top of page

[릴리하우스] 러프

  • ikmyeong727
  • 2022년 1월 9일
  • 6분 분량

[릴리하우스] 20220109

크리스마스 며칠 전의 그 오피스텔은 들어서자마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로비층의 높은 층고를 꽉 채우는 엄청난 크기의 크리스마스 트리, 거기에 달려있는 오너먼트와 불빛들이 다채로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 외에도 가렌드와 호랑가시나무 장식, 그리고 무엇보다 크게 벽을 장식하고 있는 Happy Holiday!라고 적혀있는 플랜카드까지. 누가 봐도 크리스마스를 제대로 기념하고 싶은 사람이 꾸민 공간임이 확실했다. 아직 사람의 온기는 그다지 없어보였지만, 탁자와 의자, 소파가 놓여있어 누구든 와서 쉴 수 있는 듯한 따뜻한 공간의 느낌이 났다. 한쪽에는 그랜드 피아노까지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공간의 한켠에, 작은 바를 겸하는 카페가 하나 있었다.

크리스마스 이틀 전의 오전 시간, 최상층에 살고있는 건물주 릴리가 카페에 들어서자 연서가 반갑게 맞았다.

“릴리, 어서 와요. 오늘은 정말 놀랐어요. 카페 측으로 블루마운틴을 배송해 주다니.”

“크리스마스 직전인데 블루마운틴 정도는 마셔줘야 하지 않겠어? 내가 좋아해서 산 거니까 너무 고마워하지는 않아도 돼.”

“그치만, 블루마운틴은 블렌딩에 조금 쓰이기만 해도 커피 한 잔 값이 12000원을 훌쩍 넘어가게 만드는 원두잖아요. 당신이 고용한 바리스타인데, 그것도 모를 거라 생각하진 않았죠? 진짜 놀랐다니까요, 저도 바리스타 생활을 하면서 한꺼번에 이 정도 양의 블루마운틴은 처음 봤어요.”

“하긴… 싼 값은 아니니까. 하지만 내가 누구야, 기업 CEO이자 이 건물주잖아. 이럴때 돈을 써야지.”

“그래서 말인데, 정말로 이 입주자들에게 이 가격에 이 커피를 팔 거예요? 이렇게 싼 값으로? 물론 이전부터 계속 유지해오던 방식이고, 그때의 원두도 아주 좋은 편에 속하는 원두였지만… 블루마운틴까지 그렇게 팔 줄이야. 릴리의 재력에는 혀를 내두르게 되네요.”

“현대 사회 최고의 마법은 재력이지. 어차피 우리 다 서로서로 친하잖아. 나의 개인적인 호의로 하는 일이니까, 난 상관없어.”

“하지만,” 연서가 원두를 그라인딩하다가 릴리를 가볍게 흘겼다. “하루 씨가 그러더라고요. 여기서 커피 먹는 버릇을 들였더니 바깥의 일반 카페들 커피가 영 맛이 없다고. 여기 커피에 익숙해져버렸다나?”

“계속 여기서 먹으면 되지, 뭐. 그리고 커피맛이라는게 원두만 좋다고 맛있는게 아니잖아? 내가 믿고 고용한 너의 실력때문에 맛있는 커피가 나오는 것인걸.”

“그렇게 느끼신다니 다행이네요.” 섬세하게 그라인드를 마친 연서가 말했다. “좋아요, 오늘의 그라인드는 이 정도. 원하는 브루잉 방식은 뭐예요?”

“오늘은… 모카포트로 할까. 시간이 좀 걸리니까 여기서 일이나 좀 해야겠어.”

“OK, got it.”

연서는 릴리의 말을 듣고 끄덕이곤 커피를 추출하러 안쪽으로 들어갔다. 릴리는 미리 가져온 노트북을 꺼내 한 켠의 탁상에 자리를 잡곤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또다른 사람이 카페로 다가왔다.

“릴리!”

“아, 강sky!”

“강스카이라니 그 별명으로 부를 줄이야. 일하고 있었어?”

“언제나 그렇게 불렀는걸. 응, 간단한 사무 결재 정도.”

“보좌진이 많은 CEO는 편하구만. 로비층 크리스마스 꾸민 거 예쁘더라.”

“그야 디자이너를 고용했으니까. 자클린과 안네도 이것저것 도왔고.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그 친구들의 연주도 간만에 볼 수 있을거야.”

“와, 그거 진짜 좋은데!”

그렇게 대화하는 둘을 향해 연서가 다가왔다.

“커피 나왔어요. 아, 하늘 씨! 하늘 씨도 커피 내려드릴까요?”

“저는 괜찮아요. 이 친구 걸 좀 뺏어 먹죠.”

“오늘 원두가 워낙 고급 원두라서, 한 잔 따로 드시는 것도 좋을 텐데요.”

“그래요? 그럼 빠르게 아메리카노 한 잔만 마실까요?”

“좋아요, 그럼 빠른 걸로. 어차피 커피값은 같으니까요.”

“부탁드려요.”

그렇게 연서에게 말한 하늘은 릴리의 앞쪽 의자에 털썩 앉아버렸다.

“오늘 커피가 그렇게 고급 원두야?”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커피를 홀짝이며 릴리가 말했다. “응. 가격은 안 말할래. 꽤 어렵게 구했다는 거 정도만 말해둘까.”

“가격 말하면 내가 부담스러워할까봐 그래? 사실, 릴리가 구해오는 웬만한 물품들은 다 비싸니까. 처음엔 부담스러웠는데, 이것도 익숙해지더라.” 라고 말하며, 하늘은 쿡쿡 웃었다.

“릴리, 너 한국 나이가 몇이었더라?”

“어… 28. 네가 21살… 아니, 이건 외국 나이니까 너 나이는 22살, 맞지? 한국 나이 너무 헷갈려.”

“사실 나도 헷갈려. 생일 음력으로 챙기기까지 하면 더 헷갈린다.”

“Lunar calender 말하는거지? 어우, 그거 진짜 헷갈리더라.”

“그치.”

“음력생일 헷갈리죠. 저희 어머니께서 생신을 음력으로 쇠셨는데, 너무 헷갈려서 매년 시작할때 가족 생일 음력날짜부터 세어서 바로 표시해뒀다니까요. 안 그러면 잊어버려서.” 커피를 한 잔 자리에 놓으며, 연서가 말했다.

“아, 연서 언니, 고마워요. 언니는 음력으로 생일 체크하는 가족이 있었구나. 여태껏 지내면서 몰랐네요.”

연서는 어깨를 으쓱했다. “제가 말한 적이 없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죠. 아, 하늘 씨도 봤죠? 로비의 장식들? 너무 예쁘지 않아요?”

“맞아요, 진짜 예쁘더라고요. 그 크리스마스 트리 정말 화려하던데. 눈 쌓인 것 같은건 어떻게 만든 거야?”

“나 말고 디자이너님께 물어봐야 할 것 같은데.” 릴리가 대답했다.

“아, 답을 바라고 한 질문은 아니었어. 원래 예쁜 건 그 내막을 모를 때가 제일 예쁜 법이지.”

“맞는 말이에요.” 연서가 웃었다. 이어 하늘이 릴리를 돌아보며 말했다.

“릴리는 계속 여기 있을 것 같고… 나는 방으로 갈게. 내일 오후 7시, 파티 맞지? 나는 따로 누굴 초대하진 않을 것 같아.”

“알았어. 하루랑 아현이는 친구 좀 초대한다고 하더라. 연서 씨도 친구 데려온다고 하고. 나도 안네 데리고 올거야. 파티를 준비한건 나인데 그래도 꽤 놀랐어. 다들 어디 안 가고 우리 집 파티에 참여한다고 해서.”

“다들 시간이 된 거겠지.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친한 국적불문 친구들이랑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오히려 좋을 거라고 생각해.”

“후후, 그렇지.”릴리가 화면에서 얼굴을 떼고 씩 웃었다. “재미있는 시간이 될거야. 아, 드레스 코드는 레드 아니면 화이트. 잊지 마.”

-

크리스마스 이브 오후 6시. 넓은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열몇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아직 파티까지 남은 시간은 한 시간, 여유가 있었기에 그 많은 사람들은 로비를 구경하고 있었다. 캐롤이 스피커에서 잔잔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릴리는 문 앞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확인받고 있었다. 그때 마침 연서와 친구가 들어왔다.

“연서! 어서 와. 옆의 분은…?” “미리 말씀드렸던 친구예요. 이름은 공시연.”

“반가워요. 연서 친구 시연이라고 해요.”

“바텐더 친구예요. 제가 지난번에 말한, 우리 바 맡아주면 좋겠다는 친구.”

“오, 그럼 술에 대해 잘 알겠네? 그거 좋다.”

“오늘 제가 이 파티에서 칵테일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자신 있거든요.”

“얼마든지 가능해. 칵테일은 그냥 DIY로 재료 준비해두고 알아서 드시게 하려고 할 생각이었는데… 바텐더가 있으면. 혹시 맡겨도 될까요?” 릴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물론이에요! 파티에 참가하러 왔지만, 본업을 살리는 것도 즐겁죠.”

“그거 잘 됐네요. 그럼 부탁드려요. 연서, 바로 바 쪽으로 안내해드려.”

“알았어요. 시연아, 가자!”

손을 흔들며 연서는 시연이의 팔을 잡고 바 쪽으로 안내했다. 곧이어, 시연이의 탄성 섞인 외침이 들려왔다. “아니, 이 정도로 좋은 술을 준비해주셨다고?” 하는.

시연이와 연서가 바에서 이것저것 살피고 있는 동안, 릴리의 옆으로 안네와 자클린, 그리고 에밀이 다가왔다. “릴리!” 180이 넘는 훤칠한 키와 길고 찰랑거리는 은발을 가진 안네는 마치 연예인 같아 보일 정도로 매력있어 보였다. 백색에 붉은색 포인트가 들어간 드레스도 그에게 너무나 잘 어울렸다. 옆의 자클린과 에밀은 그에 비해서는 굉장히 귀여워 보였다. 자클린은 귀여운 붉은색 미니드레스를, 에밀은 백정장 연미복을 입은 모습이었다. 에밀은 머리를 올려 이마를 까고 있었는데, 그런 스스로의 모습이 좀 부끄러운지 자꾸 자클린 뒤로 숨으려 했다.

“자클린, 그러니까, 부끄럽다니까.”

“에이, 진짜 멋있다니까 왜 그래요!” 안네가 잔잔하게 웃으며 말했다.

“릴리, 좀 봐봐요. 에밀 오늘 진짜 잘생겼지 않아요?” 자클린이 들뜬 목소리로 릴리에게 한 마디 거들어달라고 했다.

“잘 어울려, 에밀. 정말 자클린 말대로, 잘생겼다는 말이 딱이네.”

“이케맨, 이라는 건가요?” 저쪽에서 아카리가 그러고 있던 넷에게 다가왔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정말 이케맨이네요, 에밀.”

“아카리!” 릴리가 반갑게 인사했다. “음식 재료는 어때? 괜찮아?”

“정말 좋아요. 스테이크 고기만 해도, 진짜 좋은 고기를 준비해 주셨더라고요.”

“아카리 언니의 요리라면 언제나 믿고 먹죠! 스테이크라니 맛있겠네요~” 여전히 즐거운 목소리로, 자클린이 박수를 짝! 치며 말했다. “오늘은 코스요리인가요, 오늘의 쉐프 님?”

“네, 코스요리로 준비할 거예요, 자클린. 각자의 입맛에 맞게 준비할 계획이랍니다. 우리 항상 같이 이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으니까, 식성을 어느 정도 다 파악하고 있어서요.”

“그건 또 언제 파악하셨어요…?” 에밀이 놀란 듯 말했다.

“때때로 음식을 해줬을 때의 반응을 기록해 뒀죠.”

“아카리는 세심하네. 후후.” 안네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쯤이야 때때로 요리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하죠. 그런데 안네 씨나, 저기 연서씨 친구분, 하루 씨 남자친구분의 식성은 잘 모르겠어서 무난한 걸로 준비했어요.”

안네와 자클린, 릴리, 아카리, 에밀, 자클린이 입구 쯤에서 그렇게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쪽에서는 하루와 천가, 그리고 소연이가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천가, 브이해요, 브이!”

“하루랑 소연 누나랑 같이 찍고싶은데. 다른 분께 부탁드려보면 안 될까요? 그나저나 엄청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네요. 백화점인 줄 알았어요. 하루 대단한 사람이랑 친구인 것 같아요.”

“다른 분께 얼마든지 부탁드릴 수 있지! 거기, 헬라 언니~! 한가해요~?!”라고 외치며, 소연이가 피아노를 조용히 구경중이었던 헬라에게 다가갔다.

“오, 소연! 마침 구경중이었어요. 사진 찍어달라는 거, 맞죠?”

“네, 맞아요. 셋이서도 좀 찍고 싶어서요.”

“Of course. 자, 셋이서 서 봐요. 3, 2, 1, 치즈~!”

소연과 하루, 천가는 씩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배경이 워낙 예쁘고 조명이 좋아서, 사진이 어떻게 찍어도 정말 잘 나오는 듯했다. 그런 네 사람 근처에서 샬럿과 아현이가 기웃거렸다.

“샬럿, 샬럿도 사진 찍을래요?” 그걸 발견한 하루가 얼른 샬럿에게 다가가 둘을 카메라 앵글 안으로 당겼다.

“어어어??” 둘은 다시 한 번 들린 헬라의 치즈~ 소리에, 얼떨결에 끌려와 웃으면서 사진을 찍었다. 함께 맞춰입은 빨강초록 스웨터가 강렬한 모습이었다.

“옷이 이래서 사진으로 찍긴 좀 이상할텐데…” 얼굴이 빨개진 채 샬럿이 뒤늦게 말했다.

“뭐, 괜찮잖아! 옷 귀여운데 뭐.” 아현이가 하하, 호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둘은 빨강 스웨터와 초록 스웨터, 그리고 각각 흰 바지와 치마를 입고 있었다. “언니들, 이거 봐! 샬럿네 어머니께서 뜨개질을 하셔서 이 스웨터들을 선물해 주셨거든. 그래서 입고 왔지.” 아현이가 소연이와 하루에게 신나게 말했다.

“와, 하루도 뜨개질은 좋아하지만 스웨터는 떠본 적 없죠? 대단하시네요.” 천가가 부드럽게 하하, 웃으면서 하루와 소연이를 돌아봤다. 소연이는 크게 끄덕끄덕거렸고, 하루도 그랬다.

“나는 목도리나 수세미는 떴지만 스웨터는 떠본 적이 없거든.” 하루가 아현이에게 말했다. “샬럿네 어머니의 정성이 들어간 옷이네요. 소중히 입는 게 좋겠어요.”

“맞아요… 저희 어머니가 멋지게 만들어주셨죠. 쨍한 빨간색이라 평소에 입긴 어려웠는데, 마침 파티라는 기회가 생겨서 아현이랑 나눠 입고 왔어요.” 여전히 부끄러운 듯 작은 목소리이긴 했지만, 즐겁게 웃으며 샬럿이 말했다.

그렇게 각자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파티가 시작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릴리는 손님들을 완전히 다 확인한 후,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들었다.

“흠흠, 들리시죠? 주최자 릴리입니다. 우선 이자리에 참석해주신 열두 분의 입주자와 친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라는 귀한 시간을 저의 파티의 시간에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연설은 길면 짜증나는 법이죠. 그럼, 파티를 시작합니다!”

스피커에서 환호소리가 나왔고, 열두명의 참석자들은 각자 하던 일을 멈추고 웃으며 박수를 쳤다.


뒷이야기를 더 쓰고싶지만 아이디어도 기력도 없기에 오늘은 여기까지…

약 6500자. 퇴고 안함.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에밀&자클린] Hanon&Chopin

글 연성 https://drive.google.com/file/d/1PJw-gpk9wQzRwghwJzmTsPV-jdD963Q_/view?usp=sharing [에밀자클린] Hanon&Chopin *1차 자캐 연성입니다. Copyright...

 
 
 
Jacqueline Bonnet

Create a blog post subtitle that summarizes your post in a few short, punchy sentences and entices your audience to continue reading....

 
 
 

Comments


Drop Me a Line, Let Me Know What You Think

Thanks for submitting!

© 2023 by Train of Thoughts. Proudly created with Wix.com

bottom of page